지구상의 멸종위기동식물

사라져가는 숲의 지성 - 숲의 사람, 수마트라오랑우탄

best-life-1 2025. 10. 17. 18:20

🦧 수마트라오랑우탄 — 숲의 사람에게 배워야 할 생명의 지혜

‘숲의 사람’이라 불리는 수마트라오랑우탄은 인간처럼 도구를 만들고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그들의 현실과 희망의 메시지를 살펴보자


 

수마트라오랑우탄-사라져가는 숲의 지성


🌴 1. 붉은 숲의 현자, 수마트라오랑우탄의 등장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울창한 열대우림 속,
붉은빛 털을 휘날리며 나무 위를 유유히 이동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세 종(보르네오오랑우탄, 타파눌리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의 오랑우탄 중 하나인

수마트라오랑우탄 (Pongo abelii)이다


‘오랑우탄(Orangutan)’은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오랑우탄은 나무 위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며
도구를 사용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등
인간과 놀라울 만큼 닮은 지적 존재다.

 

수마트라오랑우탄의 수명은 야생기준으로 약 30~40년,

사육환경에서는 50년 이상도 가능하다

다만, 아이러니하게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수컷(47~58년)이 암컷(44~53년)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숲의 사람’은
인간이 만든 불타는 숲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한때 수십만 마리였던 개체 수는 현재 야생에 1만 4천여 마리 정도만 남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수마트라오랑우탄을
멸종위기 1급(Critically Endangered) 종으로 지정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의 친척이
이토록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만든 문명의 그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 2. 지능과 감정의 동물, 그들의 놀라운 생태

수마트라오랑우탄은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동물 중 하나다.
이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벌레를 꺼내 먹거나, 잎을 접어 빗방울을 막는 ‘우산’으로 사용하며.
긴 팔을 이용해 하루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

도구를 세대 간에 전수하기도 하고 어미가 새끼에게 먹는 법·잠자리 짓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도 관찰된다.

 

몸길이는 약 140cm, 체중은 수컷이 90kg에 이르며,
암컷은 평균 약 90cm에 45kg 정도로 수컷보다 더 작다
암컷의 출산 간격은 7~9년으로, 모든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긴 편이다.
이로 인해 개체 수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들은 서로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소통하며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복잡한 사회 구조를 이루지 않지만, 과일, 나뭇잎, 곤충, 새알 등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작은 무리를 이루기도 하며, 다른 오랑우탄에 비해 사회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들의 생태는 단순한 생존의 기술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지성의 문화라고 부를 만하다.

 

🔥 3. 인간의 불이 만든, 잿빛 숲의 현실

그러나 이 놀라운 생명체는 지금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벼랑 끝에 서 있다.
수마트라섬의 밀림은 팜유(팜오일) 농장을 위한 벌목과 방화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팜유(palm oil) 는 우리의 일생생활 속 필수품인

샴푸, 세제, 화장품, 심지어 과자 등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값싼 생산비와 높은 수요 때문에 수마트라의 원시림은

매년 수만 헥타르씩 파괴되고 있다.

 

서식지를 잃은 오랑우탄은 농장과 마을로 내려와 먹이를 찾다가
‘유해동물’로 몰려 죽임을 당하거나 밀렵꾼들에게 붙잡혀 불법 애완동물로 팔린다.
특히 새끼 오랑우탄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어미를 죽이는 사례가 많아,
그 피해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산업 구조가 그들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고 있다
수마트라의 숲이 사라지는 속도는 오랑우탄이 살아남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 4.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 다시 피어나는 희망

다행히 국제사회는 수마트라오랑우탄의 심각한 위기를 인식하고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WWF(세계자연기금), UNEP(유엔환경계획), OIC(이슬람협력기구),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랑우탄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세멩고 오랑우탄 보호구역, 란작 엔티마우 야생동물 보호구역

구눙팔룽국립공원, 탄중 푸팅 국립공원)
서식지 복원을 위한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특히 ‘수마트라오랑우탄 보호연합(SOCP)’은
밀렵 피해 개체를 구조해 치료하고 야생으로 복귀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인공 번식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개체 수가 소폭 증가하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났다.

또한 국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No Palm Oil’, ‘Sustainable Palm Oil’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매운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를 통해 숲을 지키는
지구적 행동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숲

수마트라오랑우탄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질문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새끼를 품에 안아 보호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한 마리의 오랑우탄이 사라지는 것은
숲 한 조각이 사라지는 것이고,
숲이 사라지면 결국 인간의 삶도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마트에서 고르는 하나의 제품,
혹은 쓰레기 하나를 무심결에 버리는 습관이 그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더 이상 ‘보호’라는 단어만으로는 그들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공존이라는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의 원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 선택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
그것이 수마트라오랑우탄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