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곰 – 녹아내리는 얼음 위의 마지막 거인
북극곰은 북극의 최상위 포식자로, 기후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빠르게 녹아내리는 얼음 속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북극곰의 현실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살펴본다.

1. 북극의 왕, 북극곰의 삶
북극곰은 북극해와 그 주변의 얼음 지대에서 살아가는 대형 포유류이다.
현존하는 곰 중에서 가장 크며, 몸길이는 2.4~2.8미터, 무게는 수컷의 경우 300~800kg에 달하며,
암컷 몸길이는 1.8~2m, 무게는 150~300kg 이다.
두꺼운 피하지방층과 밀도 높은 털 덕분에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털은 사실 투명하지만, 빛의 반사로 하얗게 보이며 이는 북극 설원에서 위장 효과를 준다.
북극곰은 뛰어난 수영 능력을 지닌 동물이다. 앞발을 노처럼 저어 100km 이상을 헤엄칠 수 있으며,
때로는 사흘 이상 바다를 건너 먹잇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들의 주요 먹이는 바다표범으로, 얼음 위 숨구멍 근처에서 장시간 매복해 사냥한다.
후각이 뛰어나 수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표범의 숨구멍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북극곰의 강인한 생존 능력조차 기후변화의 가속화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있다.
사냥의 무대가 되는 바다얼음이 점점 얇아지고, 사라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 사라지는 얼음, 사라지는 삶의 터전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海氷) 감소는 북극곰에게 치명적이다.
여름철 빙하 면적은 1980년대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과학자들은 앞으로 20~30년 내에 여름철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극곰은 얼음 위에서 사냥하며 살아가지만,
빙하가 녹으면 더 먼 거리까지 헤엄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체력과 지방을 급격히 소모한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어미곰은 새끼를 굶기거나, 결국 폐사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바다 위의 사냥꾼’에서 ‘떠도는 유민’으로 변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로 접근하거나 쓰레기장을 뒤지는 북극곰의 모습은,
우리 시대가 마주한 환경 파괴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 인간의 활동이 불러온 새로운 위협
기후변화 외에도 인간의 산업 활동은 북극곰의 생존을 더 어렵게 만든다.
석유 시추, 해상 운항로 개척, 자원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북극권의 생태계가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소음, 오염물질, 해양 유출 사고 등은 바다표범을 비롯한 먹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 목적의 ‘북극곰 관찰 투어’가 증가하면서,
야생 북극곰이 인간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스트레스와 행동 변화, 서식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인간의 호기심이 북극곰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4. 보호 노력과 희망의 불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곰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973년,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그린란드) 5개국은
‘북극곰 보호 협약(Agreement on the Conservation of Polar Bears)’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북극곰의 무분별한 사냥을 금지하고, 과학적 연구와 보호구역 확대를 약속하는 국제적 첫 합의였다.
이를 통해 상업적 사냥이 사실상 중단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수가 서서히 회복되는 성과도 있었다.
또한 WWF(세계자연기금)은 위성 추적 장비를 이용해
북극곰의 이동 경로, 번식지, 먹이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기후 변화에 따른 행동 패턴 변화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극권 원주민 공동체도 보호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세대를 이어 북극곰과 공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밀렵을 감시하고, 인간-야생동물 갈등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캐나다의 누나부트(Nunavut) 지역에서는
과학자와 원주민공동체가 협력하여 개체수를 모니터링한다.
원주민들은 수백, 수천년동안 북극곰의 이동, 행동, 서식지 변화 등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왔다
북극곰 보호는 단순히 동물 한 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균형을 되찾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제 환경단체뿐 아니라 기업, 학교,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국제 북극곰의 날 (Polar Bear Day) 캠페인도 전 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다.

5.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얼음
북극곰을 지키는 일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생존은 곧 지구의 건강과 직결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선택하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작은 행동이
결국 북극의 얼음을 지키는 힘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전기 한 줄기, 소비하는 에너지 하나하나가
얼음 위에서 버티는 북극곰의 생명과 이어져 있다.
기후위기는 거대한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언젠가 북극의 얼음 위에서 새끼를 품은 어미곰이
안전하게 사냥하고 쉴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그 희망을 지켜내는 일, 바로 지금 우리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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